한-미 FTA 재협상을 한다면, 인증 과정도 간소화하자
FTA로 인한 서류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해졌다. 이 번 기회에 FTA 인증과 검증 절차를 간소화해서 무역하는 사람들이 다시 마음 편하게 수출입할 수있도록 하자.
한-미 FTA가 재협상을 하게 되었다. 용어상으로 개정이나 수정이라도 별 차이는 없다. 이미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서부터 충분히 예상해왔던 일이다. 아직까지 문재인정부의 대미통상, 대중국 통상, 대일본 통상 정책이 구체화되어 있지는 않다. 문대통령 본인도 대통령 비서실장 시절에 한-미FTA 체결을 추진한 경험도 있고, 민주당 대표시절에 같은 조약에 대한 반대한 경험도 있다. 어렵기는 할지언정 낯선 과제는 아니다. 미국이 요구했던, 한국이 요구하던 간에 시간이 흘렀으니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말이 적절하기도 하다. 시간적으로도 급박하거나 시급하게 수정해야 할 사항이 특별하게 나타나지도 않는다. 한국측 통상본부장은 아직 임명되지도 않은 공석이고, 재협상을 할 때는 행정부가 의회에 90일 전에 통보해야 하기 때문에 11월 이전에 시작될 가능성은 없다. 한-미 양국간에 사드배치 정도의 소소한 갈등은 있지만,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 전선 협조체제 구축이 더 급한 만큼 다른 갈등이 일어날 소지도 그리 크지 않다. 자동차와 철강에 대한 압력이 거세질 것이라 하고, 쇠고기 수입 확대에 대한 압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특히 쇠고기에 대한 의제는 문대통령이 야당시절 충분히 반대를 해보아서 적절히 헤쳐 나갈 문제라고 본다. 전체적으로 보면 한-미 FTA 발효이후 양국 간 관세는 이미 대부분 낮추어져, 2016년 양국간 무역의 94%를 차지하는 제조업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0.1%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이슈들은 대체로 미국이 한국에 제기할 의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제기할 의제는 무엇일까?
이번에는 좀 더 구체적이고 무역을 하는 실무자적 입장에서 FTA를 재협상하였으면 좋겠다. 자유무역을 하자고 하면서 맺은 자유무역협정이 사실상 반 자유무역적인 조항이 한 둘이 아니다. 그 중에서 무역상의 입장에서 보면 지나치게 꼬이게 만든 각종 인증 및 검증 조항이다. 특히 수출자의 입장에서 보면 차라리 FTA 혜택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다. 실제로도 미국에 수출하는 수출자들의 FTA인증 절차가 워낙 까다로워 ‘스파게티볼 효과’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스파게티볼 효과는 FTA 자유무역 협정은 여러국이 동시 협정을 할 때의 효과의 반감을 나타내는 용어로써 많은 국가가 한 번에 체결할시 스파게티면처럼 뒤엉켜서 이 곳 저곳 구분이 어렵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2004년 칠레를 시작으로 싱가포르, EFTA, 아세안, 인도, EU, 페루, 미국, 터키, 호주, 캐나다, 중국, 뉴질랜드, 베트남, 콜롬비아 등 2016년 기준 세계 52개국과 15건의 FTA를 체결하였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FTA 산업별 수출입 활용률 분석 및 활성화 방안(2016.12월)’에 의하면 FTA의 수출 활용률(71.5%)과 수입 활용률(72.1%) 수준은 비슷하였으나, FTA 협정별 수출입 활용률 차이는 매우 큰 것으로 조사되었다. 수출 활용률이 가장 높은 한ㆍ캐나다 FTA(89.3%)는 가장 낮은 한ㆍ아세안 FTA(46.8%)에 비해 42.5%p, 수입 활용률이 가장 높은 한ㆍ칠레 FTA(99.1%)는 가장 낮은 한ㆍEFTA FTA(55.1%)에 비해 44.0%p 차이를 보였다. 한-미 FTA 수출 활용율은 72.2%, 수입 활용율은 68.6%이다.
이처럼 관세를 할인해주어 수출입 증대 효과를 주기위한 정부의 노력이 실제로는 70%정도만 활용을 되고 있다. 그만큼 한-미FTA가 비용대비 효과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종 규제와 비용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대기업 품목군인 기계류의 수출 활용률은 77.8%로 가장 높지만, 전형적인 중소기업 제품인 섬유류는 50.7%에 불과할 정도로 낮다.
이번 한-미 FTA 재협상이 거대 기업들의 주된 제품이 주로 이슈가 되고 있어, 중소기업에서는 그리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FTA가 FTA 답지 못하고, 관세 인하 효과를 기업체에서 누리지 못하는 것은 인증과 검증 절차의 까다로움과, 벌칙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기왕에 다시 협상을 한다면 서류의 개수를 반으로 줄이고, 인증받는 시간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