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면 지식이 체계화됩니다
책을 쓰다보면 이게 중독성이 꽤 심합니다. 남들은 별 거 아닌 듯한데도 책쓰는 재미들인 사람은 계속 책을 씁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제가 이렇게 책을 10년동안 꾸준히 쓸 줄은 몰랐습니다. 2006년에 처음 책을 내고는 거의 1년에 한 번씩 책을 냈으니까요. 마라톤도 중독성이 있다고 하지요. 남들이 보면 그 지루하고 힘든 마라톤을 미친 듯이 하루가 멀다하고 뛰는 사람들보면 제 정신이 아닌 것같아요. 그런데 ‘런너스 하이(runner high)’라는 중독에 걸린 사람들입니다. 힘든 운동을 30분이상 하면 몸에서 모르핀보다 더 강한 엔도르핀이라는 초강력 마약 성분 물질이 나오기 시작하지요, 그리고 엔돌핀은 두뇌를 자극하여 환상적인 쾌락을 느끼게 되지요. 엔돌핀은 일반 진통제의 수십배에 달하는 효과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마라톤에 중독된 사람들은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도 쉬지 못하고 계속 달리려고 합니다. 엔돌핀에 중독되어 금단현상에 빠진거지요. 책쓰기에도 그런 중독성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운동중독증은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었지만 책쓰기 중독은 아직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중독에 걸린 사람이 많지 않은 탓이겠지요. 어쨌든 제 주변에는 분명 몇 사람이 중독된 것은 분명합니다. 그 사람들이 중독걸린 이유는 분명치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중독된 이유를 어렴풋하게 유추하다보면 다른 사람들의 책쓰기 중독도 유사하지 않을까 싶네요.
1) 생각이 정리됩니다, 2) 정리된 생각들이 서로 꿰어집니다 3)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냅니다 4) 긴 이야기로 만들어집니다 5) 그게 책으로 나옵니다.
1) 생각이 정리됩니다
구름처럼 안개처럼 머리 속에 맴도는 데 그게 정확히 한 단어로 정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 때는 글을 써보는 겁니다. 컴퓨터 자판으로 치는 것보다 볼펜을 잡고 종이에 생각나는 대로 휘갈기는 겁니다. 어떤 때는 일목요연하게 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정말 두서없이 써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써진 글들을 보세요. 그 들을 잘 정리하면 그 애매모호했던 생각들이 정리되는 경우가 많지요. 수학공부를 생각해보시면 될 겁니다. 수학을 못하는 학생들의 많은 수가 수학을 머리로만 할려고 하지요. 손으로 공식을 대입해가며 연습장에 풀어야 제대로 외워지고 풀어지는 데 말입니다. 책을 쓴다는 것은 그런 애매모호함을 없애는 과정이지요. 보통 30-50개의 꼭지로 이루어지는 데 매 꼭지마다 그런 일이 벌어지거든요. 그 때 마다 머리 속의 안개가 걷혀지는 느낌을 받지요. 처음에는 어떻게 그 걸 쓰지? 그 걸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기는 하는 걸까? 그걸 이전이나 이후의 글들과 어떻게 연결시키지? 도대체 그런 것들을 어떻게 독자들에게 쉽게 설명하지? 그런데 쓰기 시작하면 왜 그런 걱정을 했을까 하며 신기하게 깨끗하게 일목요연히 글로 정리됩니다. 그럴 때의 그 상쾌함이란!
2) 정리된 생각들이 서로 꿰어집니다
책을 쓸 때믄 매 꼭지마다 주제들이 달라집니다. 그런데 그 주제들 안에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모여있지요. 그리고 그 아이디어들을 그대로 책으로 옮겨 놓으면 전체적인 내용은 무척 건조하고 의미가 생기지 않겠지요. 그런데 그 아이디어들, 생각들, 사례들이 쓰다보면 연관성을 찾아내게 됩니다. 무질서하게 여기 저기 흩어져 있던 벽돌들이 어느 순간 살아나서 하늘로 훨훨 날아다니며 서로 교감을 하면서 층층이 쌓이면서 집이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제 머리 속은 갑자기 확하고 커져버리는 것같은 기분이 들지요. 내가 더 현명해진 느낌. 진주들이 실로 엮여지면서 아름다운 목걸이가 되는 걸 보는 환상에 젖어들지요.
3)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엮어진 지식들은 이전과는 전혀 새로운 차원에서 나에게 다가옵니다. 예를 들면 무역에 관한 저의 생각이 그렇습니다. 이전에는 그저 무역을 어떻게 하면 잘 할까 만을 생각했는 데, 이제는 무역을 둘러싼 환경이 과연 나에게 호의적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해외시장에 대한 나만의 체계적인 아이디어가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무역, 무역마케팅이 아닌 해외시장의 구조에 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글들은 이전의 남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보는 세계 시장이 될 것입니다. 무역에 대한 방법론에서도 저만의 것들을 몇 개는 만들어냈습니다. 남들이 이전에는 말하지 않았던 그런 아이디어를 제가 만들어 낸 겁니다. 그럴 때마다 마치 우주를 창조한 듯한 내 안의 위대함을 보게 되지요. 그 쾌감도 상당합니다.
4) 긴 이야기로 만들어집니다
그런 단편적인 아이디어, 자료들이 엮이고 쌓이면서 저는 여러 가지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책을 읽는 것이 마음의 양식이 될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 신체 건강에도 좋을 거라는 뜬금없는 아이디어가 구체화되고 매 꼭지마다 써지더라고요. ‘책을 읽으면 분노가 줄어든다, 열등의식이 사라진다, 고민이 줄어든다, 감정이 조절된다,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치매가 예방된다, 눈을 건강하게 한다.’라는 게 ‘홍사장의 책읽기’였습니다. 아마 책을 읽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말하는 책은 이 책이 처음이지 싶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수십개 만들어 보세요. 난 책에 관한 한 남들하고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는 꾼이 되었습니다. 남들이 내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고, 그 들 앞에서 내가 만들어낸 이야기를 하는 재미가 얼마나 좋은 지 아십니까? 그럴 때마다 마치 내가 거대한 사람이 된 듯한 환상에 젖어듭니다. 마약 저리가라죠~
5) 그게 책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마약과 책이 다른 점은 마약은 그냥 환상 속에서만 살다가 깨어나면 골치아프고 신체 건강이 망가지지만, 책은 쓰는 동안 환상에 젖어 있다가 책이 다 써지면 그 환상이 오히려 더 강화되면서 현실적으로 지극히 좋은 일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오~ 재화가 책을 썻다며? 개 벌써 몇 권째야? 대단해!’ 그럼 전 그 친구들에게 책을 들고 짠하면 나타나 한 권씩 나눠어 주지요. 굳이 원한다면 책 표지에 ‘혜존 (惠存, 이 책을 드립니다)라고 하면서 ’조각구름 洪在和’라는 거창한 사인까지 해서 말입니다. 10번째 책이니 이제는 덤덤할 때가 되지 않았겟냐고요? 아닙니다. 이전에는 제가 책을 내면 시큰둥하거나 아예 책에 관심이 없던 친구들도 이제는 오히려 더 격한 반응을 보입니다. ‘그~~ 래~~~ 또 냈어, 이야~~ 내 친구가 책을 10권이나 냈어, 봤지, 책을 10권이나 낸 홍재화가 내 친구야!’ 그럼 출판기념회까지는 아니어도 책 걸이 한다고 친구들과 거하게 한 잔합니다. 그럼 분위기 좋아 환상에 젖고, 술이 좋아 환상에 젖고, 그렇게 열심히 사는 내가 위대해보여 환상에 젖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쓰면서 세상은 나에게 즐거운 곳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남들이 저보고 사장감이 아닌 데 고연히 사장하느라고 애썼다고 합니다. 이제는 책쓰면서 사람들 만나며 인생을 즐기라고 합니다. 과연 그럴 수있을 지는 모르겟습니다. 아직도 사업에 대한 미련은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바이어들과 연락이 되는 한 있는 사업은 지속되기는 하겠지요. 그런데 내 생각에도 사업보다 책이 쓰는 게 더 중독성이 강한 것 같아요. 머리 속의 희미한 안개같았던 단편 조각 지식들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새 커다란 구름이 되고, 그 구름들이 조그만 연못이 되나 싶은 데 강을 이루고 바다로 흘러가는 과정들은 저에게 엄청난 희열을 줍니다. 이 재미로 제가 책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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