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환경으로서 유럽연합
요즘 유럽연합 (EU)가 시끄럽다. 그리스, 스페인이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지만 유로라는 공동화폐를 쓰면서 자체적으로 경제난을 해결할 만한 수단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EU에 대하여 비판적이고 비관적이지만 무역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EU가 계속해서 유지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우선 인류애에 대한 프랑스와 독일의 희생이 고맙고, 다음으로 만일 EU가 해체된다면 장사하는 입장에서 엄청난 비효율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EU가 하나의 시장이고 하나의 정책이고 하나의 화폐를 쓰며 하나의 표준을 사용하고 있다. 만약 EU가 해체된다면 우리는 28개의 분리된 소규모 시장, 28개 나라의 정책, 28개의 화폐, 28개의 표준에 대하여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EU가 경제적으로 불안정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군사적 갈등없이 평화가 유지되고 있다. 그 것만해도 EU의 존재가치는 충분하다.
지금의 EU는 경제적 문제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지만 사실 그 시작은 정치적인 이유였다. 유럽대륙에서 끊임없이 벌어졌던 분규와 전쟁, 그리고 21세기 초반에 발생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유럽을 그야말로 초토화시켰다. 그리고 그 반성위에서 유럽에서 다시는 전쟁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서로간의 적대 감정을 뛰어넘는 정치체제를 찾았다. 제리미 러프킨이 쓴 ‘유러피안 드림’에 의하면 1948년 윈스턴 처칠은 유럽의회에서 “모든 나라 국민들이 자신이 조국에 소속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자신을 유럽인으로 생각하고, 이 넓은 대륙에서 어디를 가든 ‘편안하다’고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 그런 ‘유럽’을 만듭시다”라고 하였다. '유러피언드림‘은 노무현대통령이 마지막에 세 번이나 줄쳐가며 읽은 책으로 유명해졌다. 참여정부 시절 함께했던 사람들과 함께 국가가 시장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사회 불평등을 조정해가는 국가의 역할, 그리고 진보와 민주주의를 공부하였다고 한다. 아메리칸드림에 빗대어 새로 생겨난 유럽공동체가 갖고 있는 ’이상‘이라고 할 수있다. 러프킨이 정의하는 유러피언드림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유러피언 드림은 개인의 자유보다 공동체내의 관계를, 동화보다는 문화적 다양성을, 부의 축적보다는 삶의 질을, 무제한적 발전보다 환경 보존을 염두에 둔 지속가능한 개발을, 무자비한 노력보다 온전함을 느낄 수 있는 심오한 놀이(deep play, 완전한 몰입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고 희열을 느낄 수 있는 활동)를, 재산권보다 보편적인 인권과 자연의 권리를, 일방적 무력행사보다 다원적 협력을 강조한다.” 이처럼 EU의 이념은 고귀한 것이다. 실제로 EU가 발족하고 나서는 전쟁이 일어난 지역이 없고, 발족이후 EU에 가입한 유럽 국가간의 전쟁은 전무하다. 각 나라들이 EU에 가입하면서 민족국가에 기반한 주권을 스스로 제한하고 EU에 넘겨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인간 본연의 고귀한 가치를 지키고, 전쟁을 방지하기 위하여. 어느 모로 보나 EU는 분명히 인간의 숭고한 가치를 이루기 위하여 생긴 것이다.
EU 탄생 이전 거의 모든 유럽에서의 전쟁과 갈등에는 프랑스와 독일 간의 경제적 갈등이 핵심이었고, 그 중에서도 두 나라 국경에 위치한 루르강과 자르 강 사이의 석탄과 철강산업 지대를 놓고 일으켰던 갈등이다. 1951년 독일, 프랑스, 벨기에, 룩셈부르크가 서명한 유럽석탄 철강공동체 (ECSC)가 성립하였다. 이 새로운 기구는 사상 최초로 회원국들을 더 높은 권위아래 응집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 것이 더 폭넓은 연합 체제를 형상하기 위한 기초가 되었다. 이후 1957년 ECSC의 6개국은 유럽 경제공동체(EEC - European Economic Community)를 발족하는 로마조약에 서명하였다. EEC는 발전을 거듭하여 1992년 마스트리히조약으로 실제적으로 정치와 경제를 아우르는 유럽연합 (EU - European Union)이 되었다.
EU의 통상정책
EU 집행위원회는 역외국가와의 무역에 대한 정책을 모든 회원국들의 권한을 위임받아 EU 전체 국가의 공통적인 정책을 수행한다. 다만, 서비스, 지적재산권, 환경 등 EU 발족시 예상하지 못했던 통상분야에 관해서는 집행위와 회원국간 수시로 협의한다. EU 공동 통상정책은 국제 무역을 조화롭게 발전시키고 무역 장벽을 폐지하고 관세를 인하하는 것으로 규정되어있다. EU통상 정책은 EU의 이익 방어, 자유무역체제 강화 그리고 세계화의 혜택 신장이라는 3가지 측면에서 구현되고 있다. 재경부가 출간한 ‘EU 공동 통상정책’에 의하면 유럽경제공동체(EEC) 설립 당시 공동통상정책의 대상은 전통적인 통상정책, 주로 공동관세율 조정, 관세 및 무역협정 체결, 수출입정책, 역외국 수입에 대한 산업보호조치 정도로 상정되었다. 그것은 공동통상정책을 그러한 분야로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라 상품교역과 국경조치성 비관세장벽이 50년대말 당시의 주된 통상정책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교역이 발전됨에 따라 교역대상이 서비스로 확대되고 교역문제가 단순한 상품의 교환을 넘어 투자, 지적재산권, 환경, 경쟁, 정부조달, 노동조건, 문화 다양성 보호 등 여러 분야와 복합적으로 연계됨으로 인해 통상정책의 범위는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그 영역이 확대되고 내용이 복잡하게 되었다. 일련의 다국간 협의를 통해 관세가 상당히 인하됨에 따라 관세와 관련된 문제는 통상정책에서의 비중이 낮아져 갔으며 환경, 위생, 지재권, 식품 안전 동물위생 등 새로운 통상 이슈의 등장은 통상정책의 대상과 이해당사자, 경제내부에 미치는 파급효과의 범위를 확대시켰다. 이러한 통상환경의 변화는 불가피하게 EU의 공동통상정책의 범위의 확대를 수
반하게 되었다. EU가 공동 통상정책을 통해 타국의 시장을 개방, 즉 관세를 인하하고 비관세 장벽을 폐지하려는 것은 물론 EU 상품의 수출시장을 확보하려는 것이기도 하나 교역 장벽의 완화를 통한 전 세계적인 교역신장은 각국의 경제적 발전과 자유 무역체제의 발전을 실현하는 데 기여한다는 것을 기본 인식으로 하고 있다.
EU의 위기
요즘 유럽발 금융위기가 커지고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문화와 인종이 다른 여러 나라가 하나의 통화를 쓰는 유럽식 경제는 이제 끝이 났다고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억지로 유로통화를 유지하기 보다는 이전처럼 각자가 통화를 만드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이번 그리스나 스페인의 경우도 만일 각국의 통화가 있었으면 일시적인 페소나 그리스달러의 평가절하를 통하여 해결할 수있을 텐데, 전체 유럽이 하나의 통화를 쓰다 보니 자체적으로 해결하지도 못하고 온 유럽이 같이 몸살을 앓는다고 한다. 이러한 EU의 위기에 대하여 제레미 러프킨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유럽피언 드림이 어려운 시련을 견딜 수있을 정도로 강한지는 확신할 수없다. 문화적 다양성과 평화 공존에 대한 유럽인의 의지가 미국이 겪은 9.11테러나 스페인이 겪은 3.11테러같은 참상을 견딜 수있을 정도로 확고할까? 세계 경제가 깊은 장기 침체에 빠져 세계적인 공황 사태가 발생해도 유럽인들이 포괄성과 지속 가능한 개발의 원칙을 고수할 수있을까? 사회 혼란과 거리 폭동이 발생해도 개방되어 있고 과정 지향적인 다단계 통치 체제를 유지할 인내심을 갖고 있을까? 이런 것들은 유럽인들의 용기. 그리고 그들이 가진 꿈의 활력과 생명력을 시험하는 어려운 문제다. 미국에 대해 누가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아메리칸드림은 좋은 시절과 나쁜 시절의 모든 시험을 다 거쳤다. 미국인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았다. 유럽인들도 갓 태어난 유러피언 드림에 대해 그렇게 똑같이 말할 수있을 까?”
‘갑작스런 횡재를 통한 부의 달성’으로 일컬어지는 아메리칸 드림은 이제 미국인의 꿈도 아니고, 희망도 아니다. 미국은 이제 부자에게만 기회의 땅일 뿐이다. 이미 고착화된 사회의 양극화는 미국인으로 하여금 더 이상 신분 상승의 희망을 갖지 못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이제 유러피언 드림은 시련을 맞고 있다. 어떤 이들은 어차피 너무 다른 나라들이 모였던 연합체인 만큼 존속가능성이 매우 한시적이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역사속에서 이루어진 유럽 각국의 협력은 갈등만큼이나 길다. 지금의 EU가 위기를 겪고 있다고 하여도, 이를 깨고 이전처럼 개별국가 시스템으로 간다고 하여도 그 이득이 클 것이라고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지금은 정보통신으로 촘촘히 묶여진 세계 경제공동체나 다름없다. EU의 해체는 온 세계가 그 영향을 고스란히 같이 받게 된다. EU는 무역 자유화의 선두 주자로 시장 접근 장벽은 여타 국가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또한 실행 관세율도 6.7%로 다른 대다수의 국가보다 낮다. 그런 EU의 해체는 무역 환경이라는 면에서 보면 재앙적인 수준의 파괴를 가져올 수있다. EU가 해체된다면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세계의 모든 국가는 유럽이라는 하나의 통합되었던 시장에서 28개의 분리된 소규모 시장, 28개 나라의 정책, 28개의 화폐, 28개의 표준에 대하여 걱정해야 한다. 그 것은 이제까지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유럽 28개국 시장에 대한 접근방법을 원시적 수준으로 다시 만들어야 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다.
때문에 유럽연합은 유럽인 자신의 평화를 위하여 뿐만 아니라 세계 자유무역의 발전을 위하여도 발전적인 유지를 해야 할 당위성이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