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히는 재미
-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찾아온다
하루에 한두번은 꼭 들어가는 네이버 카페가 있다. 내가 운영하는 ‘무역 & 오퍼상 무작정따라하기’카페이다. 이곳에 가면 무역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온다. 나의 관심사도 당연히 무역이다. 처음에 무역 책을 내고서는 독자들이 어려운 질문을 할까봐 조용히 숨어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카페를 통하여 젊은 친구들과 만나는 것을 즐겨한다. 나이는 조끔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우리는 관심사가 같다. 그리고 같은 무역을 하더라도 서로간에 경쟁을 할 이유가 별로 없다. 우선 무역은 한 품목에 집중되어 파는 것이 아니고 또한 한 지역에 집중된 업종이 아니다. 어떤 사람은 무역을 하면서 양말을 팔기도 하고, 화장품 기계를 팔기도 한다. 서로 파는 물건이 다른 경우가, 같은 물건을 파는 경우보다 훨씬 많다. 설령 같은 물건을 팔더라도 어떤 사람은 미국에 팔고, 어떤 사람은 핀란드에 판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경계하지 않고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또한 하는 일이 비슷하다보니 이야기가 통한다. 이 친구들과 카페에서 글을 통하여 서로 물어보고 대답하고 그 들의 경험을 알아가는 재미가 크다.
2006년에 무역 책을 처음내고 김도연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경제경영에 관한 책을 지은 저자들의 모임인 BBC(Business Book Club)에서 나를 초대한다고 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이 모이는 지 궁금해서 나갔다. 회장은 김민주였다. 그 분의 책은 내가 여러 권을 읽었는 데, 그 중에서도 ‘디마케팅’이라는 책을 좋아했다. 모두들 물건을 마케팅해야 하는 데, 때로는 팔지 말아야 하는 DE-marketing을 할 때도 있다는 책이다. 암튼 그 두 분이 좋아서 그 모임에 계속 나갔다. 나가다 보니 추성엽, 유혜선등 책을 낸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요즘에도 구자룡, 윤영돈, 김중구등과 함께 그 모임을 계속하고 있다. 그동안은 책을 쓰는 사람들만 모였는 데 이제는 책을 읽는 사람들과도 모여보자고 한다. 그래서 한달에 한번 저녁에 간단한 샌드위치와 더불어 경제.경영서를 지은 저자를 모시고 강연회를 하고 있다. 초반에는 저자가 강의를 하고, 후반에는 저자와 독자간에 토론을 하는 형식으로 한다. 벌써 10여년이 다 되간다. 내가 글을 썼기 때문에 다른 좋은 책을 쓴 분들을 만나 항상 배운다.
페이스북을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요즘 ‘유대인이야기’를 쓴 홍익희선배가 페이스북에 재미있는 글과 질문을 올린다. 그럼 그 분의 페북 친구들이 댓글을 단다. 나도 자주 다는 편이다. 그런데 서로 잘 알지 못하면서 남의 댓글을 다는 재미도 좋다. 어떤 특정한 주제도 없다. 그냥 홍익희라는 사람이 쓴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볍게 글을 주고 받는 식이다. 카카오 스토리에는 나름대로 정형화된 시를 쓴다. 그럼 평소에 못 만나는 친구들과 사촌들의 댓글이 올라온다. 때로는 친구의 친구들도 읽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어떤 분은 나에게 친구를 요청하기도 하고, 나도 그 분의 글이 재미있고 흥미로우면 친구를 요청한다.
블로그는 개인이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적는 곳이다. 어떤 블로그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여 꾸준히 그 글을 읽는다. 자주 그 블로거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모임이 형성되어 성대한 행사를 치르기도 한다. 때로는 블로거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지만, 그럴 경우에도 그 블로거의 이웃들은 그 블로거를 옹호한다. 이런 이웃들이 그 블로거에게 방문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다. 그의 글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글이 자기의 생각과 같기 때문이다. 생각이 다르면 그 블로거의 이웃이 될 이유가 별로 없다.
글을 쓰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는다. 내가 쓰는 글도 적게는 수백명에서 많을 때는 수천명이 읽기도 한다. 그럼 그 중에는 내 글이 싫은 사람도 있다. 내가 쓰는 글마다 반박을 올리는 사람이 있었다. 다행히도 그 사람은 집요하거나 무대포는 아니여서 한두번의 논쟁으로 끝내곤 하였지 길게 끌지는 않았다. 이처럼 악플을 다는 사람도 있지만 대체로 서로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게 보통이다. 기분나빠질려고 굳이 시간과 힘을 들여서 남의 글에 악플다는 사람도 참 대단한 사람이다. 글을 쓰면 99%는 그냥 읽고 지나간다. 1%만이 내 글에 흔적을 남긴다. 내 글이 별로 재미있거나 흥미를 가질 만한 주제가 아니라 그럴 것이다. 어떤 카페나 블로그에 들어가면 꽤나 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달고 대화를 한다. 그러면서 서로간의 친밀도가 높아진다. 왜 그럴까?
글은 말이나 행동과는 달리 매우 정제되어서 표현된다. 말이나 행동은 대화를 하는 상대를 앞에 두고서 그 때 그 때 벌어지는 상황에 따라 대답을 하고, 이에 맞는 본인의 습관적인 제스처가 저절로 나오기 마련이다. 특히 술을 마셔서 경계심이 줄어들었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사람을 평가하고 싶을 때는 그 사람에게 술을 먹여본다고 한다. 하지만 글은 듣고 생각하고 글로 옮기는 순차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말이나 행동처럼 그가 살아온 습관이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그래서 순간적인 순발력도 필요없기에 말처럼 자기 속내를 드러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공개적인 블로그, 페이스북처럼 내가 모르는 사람이 들어와서 읽을 수 있는 공간에 글을 쓸 때는 더욱 조심하고, 책으로 쓸 때는 더더욱 조심하면서 쓰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에는 사람의 말이나 행동처럼 글에도 쓰는 사람의 철학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오히려 정제되는 과정을 거쳤기에 순간적인 판단력의 흐림이나 오해없이 그야말로 순도 99%로 그 사람의 글에는 그 사람의 사는 방식, 생각하는 방식 그리고 행동하는 방식이 고스란히 녹아날 수밖에 없다. 굳이 만나서 술을 먹고 산에 가고 밥을 같이 마셔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 사람들은 그 글을 읽고 생각한다. 이 사람의 생각이 나와 같은 지, 다른 지, 사귀면 편한 사람인 지 아닌 지, 말을 해도 되는 사람인 지 아닌 지, 세상사에 관한 이야기를 해도 되는 사람인지 아닌 지.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댓글을 달거나, 기분좋음을 표현하는 스티커를 달아준다. SNS에서 ‘좋아요’가 꼭 글이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당신과 소통하고 싶다는 의미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런 댓글과 스티커를 주고받다 보면 어느 새 가슴에 와닿는 친구가 되어있다. 또 하나 글로 사귀는 사람들의 좋은 점은 내가 평상시 대하는 사람들보다는 격조가 높은 사람일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말로 행동으로 사귀는 게 아니라 글로 사귀기 때문에. 지금 글로 사귀면서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대체로 그렇다. 일단 막말이 없다. 대체로 뭔가를 서로에게 배우고자 하는 마음에서 글을 읽고, 그 글에서 뭔가를 배우거나 기분이 좋을 때 글쓴이에게 친구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글쓰는 사람에게는 나와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이 내 주변에 모이는 게 큰 즐거움이다.
그러고 보니 벌써 몇 년째 블로그에서 글로만 사귄 ‘안면도 수산’님의 횟집에 가서 식사라도 한 번 해야겠다는 생각이 퍼뜩든다.
안면도수산님, 곧 가겠습니다. 가서 ‘홍서방’이라고 하면 맛있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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