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목록을 만들자
위의 표는 내가 2003년 10월부터 써온 독서목록이다. 그 동안 1435권의 책을 누적적으로 1635번 읽었다. 그러니까 142개월동안 2015년 8월 현재까지 매월 11.51권을 읽었다. 그리고 몇 년전부터는 읽은 책의 독후감을 가능하면 써서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읽기는 1435권을 읽었지만 독후감을 쓴 것은 약 500여권 되는 듯하다. 그 사이에 어떻게 하다보니 책에 관한 책을 세 권 내었다. 그 책들은 대체로 경영에 관한 책을 읽고 실제로 나는 그 책의 내용을 어떻게 적용시켜왔는 지를 정리한 내용이다.
전에 한번 독서에 관한 강의를 갔다가 누가 나에게 물었다. ‘자기는 책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실제로는 별로 읽지 못한다. 책을 읽기 위한 무슨 특별한 방법이 있나?’라고. 그 때 대답했던 것이 ‘절실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라고 한 적이 있다. 그러고 보니 그렇다. 내가 책을 읽는 것은 절실함때문인 게 맞다. 물질적 풍부함에 대한 절실함, 행복한 삶에 대한 절실함.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절실함은 내가 하고 있는 방법이 옳은 지를 확인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미 여러 번의 실패를 겪은 나로서는 또 다른 실패를 하고 싶지도 않고, 할 수도 없다. 그래서 난 항상 내가 정말 잘하고 있는 지를 글로 정리를 한다. 그건 막연하게 머릿속으로 하다보면 금방 나의 머리는 다른 것들로 가득차버리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게 된다. 내가 무엇을 하는 지가 그저 저 하늘의 뜬 구름처럼 흘러가는 게 도무지 싫다. 좀 더 확실하고 좀 더 명확하게, 그러면서도 일의 순서나 중요성이 흐트러지지 않아야 한다. 그 중에 하나라도 흐트러지면 책임질 사람이 나밖에 없는 구멍가게 사장으로서는 상당히 큰 타격을 받는다. 장사란, 그것도 구멍가게의 사장은 회사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하고, 언제든지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 그것도 한번에 하나씩 일이 터지는 게 아니라, 한번에 여러개의 사건이 터진다. 좋은 일은 좋은 일을 끌어오고, 나쁜 일은 나쁜 일을 끌어온다. 평상시에 정리되지 않으면 일이 터져도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 그 절실함들이 쉽게 잊혀지는 게 싫어서 독서목록을 작성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난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글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그 결과물중의 하나가 10년동안 쓴 독서목록이고, 그걸 바탕으로 한 여러 권의 책이다. 이건 어쩌면 나의 자랑거리가 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편집증으로 불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못견딜 것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절실함을 유지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 건 다른 게 아니라 스마트 폰의 공격 때문이다. 2014년 한 해동안 월 평균 11.52권을 읽었는 데, 2013년 이전까지 10년동안 매월 11.57권을 읽었다. 그러니 지난 2014년은 2013년의 평균보다 5권정도 덜 읽은 셈이다. 스마트 폰, SNS의 무자비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그런대로 선방한 셈이지만 확실히 독서량이줄었다. 나도 이런 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싶다. 출판사계가 어렵다는 이유가 다 나같은 사람때문이리라. 그나마 저 정도의 차이를 유지한 것은 2014년에는 책도 3권을 내서 그 덕을 많이 보았다. 책 한권내면 3권 읽은 것으로 적는다. 내가 나에게 주는 책쓴 것에 대한 상이다. 책쓰느라 못읽은 책 수량에 대한 보상이다. 그래서 스마트 폰을 바꾸면서 꼭 필요한 앱만 깔았다. 마치 집에 들어오면 무의식적으로 텔레비전을 틀던 것처럼, 이제는 멍하니 있을 시간에 책을 펴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 폰을 켜는 것을 줄여볼려고 한다. 텔레비전도 없앴는 데, 까짓거 스마트 폰 앱 몇 개 없애는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니다. 막상 없애니 불편함이 느끼지 못하겠더라. 그렇게 요즘은 가급적 SNS 사용을 줄이려고 했는 데, 페이스북에 지독하게 중독된 어느 선배 때문에 덩달아 사용이 별로 줄지 않았다. 예기치 못한 복병이 나서는 바람에 덩달아 많이 줄이지 못했다.
내가 저렇게 독서목록을 쓰는 이유는 우선 같은 책을 두 권사지 않으려고 만들었다. 아무리 기억력이 좋은 사람도 자기가 읽은 책을 다 기억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그 내용을 다 기억할 수도 없다. 읽자마자 무슨 내용인지 잊어버린다는 사람들이 많은 데 누구나 다 그럴 것이다. 그런데 저렇게 독서목록을 적다보면 비교적 기억나는 게 많아진다. 책 제목, 책을 산 날자와 장소를 쓰다보니, 그 책을 살 때의 사정이 회상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누가 주었는 지도 쓰다보기 그 사람이 그 책을 왜 주었는 지도 기억난다. 때로는 심심할 때 이 목록을 들여다 본다. 그럼 내가 대충 살지 않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저 바닥에 침참했던 지식들이 다시 생생하게 솟구쳐 오르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 기분이 좋다. 책을 읽으면 독후감을 써야한다고 하는 데, 그게 부담이 가면 나처럼 독서목록이라도 만들면 좋다. 쓰면 좋은 이유가 몇 가지 있다. 1) 같은 책을 두 번사지 않아서 좋고, 2) 책의 내용이 쉽게 기억나서 좋고, 3) 글을 쓰거나 자료를 찾을 때 검색이 쉬워서 좋고, 4) 사람들과 대화할 꺼리를 만들어 어색함이 줄어 좋고, 5) 새로운 글이나 책을 쓸 아이디어를 내기 좋고, 6) 내 독서량을 자랑할 충분한 근거가 되어 좋고, 7) 내 글이 적지 않은 독서량에 근거했음을 객관적 자료로 보여주니 내 글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주어 좋다. 뭐 독서목록을 만드는 게 좋은 이유를 더 쓰자면 얼마든지 많겠지만 이 정도로 줄인다. 그 자체만 가지고도 꽤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시간도 책을 읽고나서 단 1분이면 족하다. 독후감처럼 어떻게 써야하나는 부담은 없으면서 비슷한 효과를 낼 수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내가 읽은 책들이 나와 멀어지지 않았음을 꾸준히 회상시켜준다. 그래서 독서목록을 볼 때마다 나를 기분좋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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