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28일 금요일

부담없이 책읽는 법 - 책은 썩지 않느다

부담없이 책읽는 법
- 책은 썩지 않는다. 마음껏 사되 된다.
 
뭐든지 지나치지 않게 적당히 하는 게 좋다고 한다. 소비생활도 그렇다. 자기가 먹고 입을 만큼만 소비하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옷은 유행을 탄다. 아무리 좋은 옷도 시간이 지나면 구닥다리가 된다. 우리 아이들은 하이힐도 거의 1회용이다. 그래서 너무 많이 사지 말고 조금씩 자주 사면서 유행에 뒤처지지 않게 입으라고 한다. 먹는 것은 더욱 그렇다. 모든 먹는 것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냉장고에 넣으면 1-2주일, 냉동고에 넣으면 1년도 간다고 하지만 오래된 음식은 아무래도 찜찜하다. 과일은 사서 과즙이 마르기 전에 먹어야 하고, 야채도 시들기 전에 먹어야 하고, 과자같은 가공식품도 다 유효기간이 있어 그 기간안에 먹어치워야 한다. 전자제품도 그렇다. 100만원을 오르내리는 스마트 폰도 2년 쓰면 많이 썼다고 바꾸라고 한다. 이처럼 인간이 거의 모든 것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그런데 그 ‘거의’라는 단어에서 ‘예외’로 되는 게 있다. 바로 책이다. 책은 유효기간이 없다. 때로는 오랜 된 책이 대접받기도 한다. 최근에 나온 책이건 1000년전에 나온 책이건 책은 책이다. 누가 썼는 가에 따라 유효기간이 길수록 대접받는 일도 많다.
 
책의 유효기간이 없는 것은 음식처럼 썩지 않기 때문이다. 100년이 지나가도 책은 내용물이 변하지 않는다. 옷처럼 유행탄다고 버려야 하는 것도 아니다. 사람의 생각은 유행이 지나도 또 다른 생각에 스며있기 때문이다. 기계처럼 오래 되었다고 사용 기능이 저하되지 않다. 그러니 사두면 언젠가는 써먹을 수있다. 요즘 나는 5-6년전, 심지어는 읽다보니 10년전에 사둔 책도 다시 꺼내 읽고 있다. 유머에 관한 책이다. 10년이 지나도 웃기는 내용은 여전히 웃기고, 사람들은 웃기는 걸 좋아한다. 그러니 내가 이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어도 참고할 만 하다. 5-6년전에 읽었던 강의잘하는 책도 여전히 참고할 만하다. 유머러스한 강의에 대한 책도 여전히 참고할 만하다. 이처럼 책은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다. 다만 조금 색이 바랄 뿐이다. 10년전 음식을 먹을려면 썩어서 못먹지만, 책은 10년 지나도 여전히 읽을 만하다.
 
그래서 난 책을 마구 사는 편이다. 술먹고 술깨려고 책방가서 사고, 약속시간이 남으면 책방가서 어슬렁거리다가 사고, 뭔 새로운 일이 생기면 책방가서 사고, 일단 사고 본다. 골라서 사는 편도 아니다. 음식은 꽤 편식하는 편이다. 냄새나고 이상하게 생긴 음식들은 잘 먹지 않는다. 하지만 책은 일단 사고 본다. 예를 들면 무역강의를 하면서 영문계약서에 대한 내용이 있다고 하면 그 주제에 관한 책을 마구 산다. 어떤 이는 한권을 사서 그 내용을 곱씹으면서 차근차근 정리해가며 여러 번 읽는다는 데, 나는 여러 권사서 책마다 다른 내용을 비교하는 편이다. 그러니 별로 경제적이라고 할 것도 없다. 그렇게 산 책 중에 썩어서 버리거나 유행이 뒤졌다고 버린 책은 없다. 가끔 나도 정리하기는 하는 데, 썩고 유행이 지나서 버리는 게 아니다. 어느 책에서 읽은 것처럼 ‘마음이 끌리지 않는 책’을 가끔 버리기는 한다. 그 것도 공간이 너무 부족할 때만. 그렇다고 책방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모두 살 정도로 부자는 아니다. 그래도 그냥 산다. 남들은 그냥 300만원짜리 가방을 그냥 산다. 1000만원짜리 밍크코트도 그냥 산다. 1억짜리 자동차도 그냥 산다. 그들이 그런 물건을 그냥 사듯이 나도 그냥 책을 산다. 그들이 음식으로, 옷으로 자동차로 사치를 하듯이 나도 내 주제에 넘게 책을 많이 산다. 남들이 사치하는 데 나라고 그 까짓것 못할 것도 없다. 그들이 그만큼 돈이 있으니까 호화로운 명품을 산다지만, 난 돈이 없어도 책갈피가 두꺼운 멋있는 양장도 거침없이 사버린다. 그래놓고 못 읽으면 어떻하냐고? 거의 대부분은 읽으니까 걱정하지 마시라. 남들 삼시세끼 진수성찬에 비단침대에 누워 잠을 잘 때 나는 좋은 책을 마음의 양식삼고 좋은 책을 베개삼아 잠이 든다. 나도 한다면 한 사치하며 사는 셈이다. 그리고 남들이 명품 브랜드에 명품 구두를 자랑할 때 나는 내가 책을 많이 샀다고 자랑한다. 팍팍 자랑한다. 사치의 묘미는 자랑이다. 자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제는 남들이 고급 옷입고 나가면 알아주듯이, 나도 책갖고 나가면 알아준다. 남들에게는 ‘아, 명품브랜드가 많으시군요, 부럽습니다’한다면, 나에게는 ‘아, 책을 많이 읽으시는군요’하며 부러워한다. 나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게 하나쯤은 있다는 건 기분좋은 일이다.
 
그리고 남들은 멋진 옷장에 옷을 보관할 때 난 그냥 책장, 책꽂이도 모자라 그냥 여기저기 쌓아놓는다. 때로는 냄비 맞침대로 쓰기도 하고, 바퀴벌레 잡을 때 쓰기도 한다. 그렇게 쌓아놓고 있다가 가끔은 쌓여져있는 책들을 둘러본다. 제목도 하나하나 차근차근 읽어본다. 그럼 책을 펼쳐보지 않아도 그 안의 내용이 떠오른다. 책을 사서 보관하면 그런 재미가 있다. 버리거나 남에게 주어버리면 그런 재미가 없다. 아, 저 책은 내가 어떤 책을 썼을 때 참고를 많이한 것이고, 저 책으로 인한 인연으로 누굴 만났고, 저 책은 어디서 샀고..... 하는 자지잔 사연이 있는 책도 있다. 때로는 새로운 책을 쓰기위하여 10년전의 책을 꺼내서 참고할 때도 있다. 그래서 책은 버리는 게 아니다. 될수록이면.
 
사람들이 사놓은 음식이라고 다 먹지 않고 때로는 상해서 못먹는다. 책은 그런 일이 없다. 나도 지난 세월동안 사놓고 읽지 않은 책이 30여권은 된다. 그래도 버리지 않고 책꽃이에 꽂아놓고 있다. 언젠가는 읽을테니까. 아직 읽지 못한 책은 내 손이 가장 잘 닿을만한 곳이 놓아둠에도 불구하고 10년동안 안 읽은 책도 있다. 그 책을 볼 때마다 미안하다. 다음에는 읽어야지 하다가도 더 급하고, 더 재미있는 책들에 밀려서 여전히 새 책인 상태로 있다. 음식이나 옷이면 진작에 쓰레기통으로 들어갔겠지만, 책이니까 10년 넘도록 읽혀지지 않았었도 여전히 ‘사용가능성(내가 책을 읽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래도 30권정도면 술먹었을 때, 마음이 흥분되었을 때, 그냥 멍하니 돌아다니며 충동구매한 쇼핑리스트에 비하면 그리 높은 비율도 아닐뿐더러, 쉬거나 상하지도 않았다. 여전히 쓸 수있다. 사람들은 다른 건 다 아껴도 책값은 아끼지 말라고 했다. 일리가 충분히 있는 말이다. 통조림에 들어있는 음식이 기껏해야 10년이라면 책은 무한대이다. 게다가 요즘같은 지식사회에 피가 되고 살이 될만한 지식들이 엄청 들어있다. 이처럼 개인적인 이기적 목적으로 책을 사기도 하지만 나름 애국하는 마음도 있다. 바로 소비를 진작하여 내수경기를 활성화하자는 정부시책에 적극 부응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난 책을 남에게 잘 빌리기는 하지만 잘 돌려주지는 않고, 내 책은 절대로 남에게 빌려주지 않는다. 그래야 그 사람이 책을 사보고, 책방의 책이 잘 팔리고, 출판사가 잘되고, 종이업계가 잘되고 인쇄업계가 잘된다. 내 책을 남에게 빌려주면 그 사람과 내가 좀 친해질 수는 있지만 국가 경제면에서는 전혀 도움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와 민족을 사랑한다면, 그리고 나를 진정으로 산다면 나처럼 애국적인 사람들은 다 책을 마구마구 사서 보아야 한다.
 
그렇게 마구마구 산 책들을 둘러보고 있노라면 내가 마구 산 것은 아니라는 안도감이 든다. 그 책들이 나에게 말을 건다. 나는 ‘세계가 일본된다 라는 책인데, 우리가 일본처럼 안될려면 너무 아껴도 안된다. 특히 책 값까지 아끼면 일본처럼된다’고 말한다. 나는 ‘떨지마라, 떨게하라’라는 책인데,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겁내지마라‘라고 말한다. 세상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새로운 일을 어떻게 해야할지 아이디어가 없을 때 나는 그 여기저기 가로로 누워져 있는 책, 세로로 서서 열병하듯이 하고 있는 책들을 찬찬히 둘러본다. 그럼 일이 풀리지 않은 적이 별로 없다. 정말 가끔 있을 때는 또 다른 책을 사러 책방으로 간다.
 
음식은 상하고, 옷은 유행이 변하지만 책은 상하지도 유행따라 변하지도 않는다. 사두면 언젠가 써먹을 기회가 온다. 그러니 책은 마구마구 사놓고 주변에 쌓아놓기를 권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