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13일 화요일

글쓰기 - 내 경험을 쓰면 됩니다

내 경험을 쓰면 됩니다
 
글을 쓸 때 내 이야기를 넣어 말어? 넣으세요!
 
자기가 쓰는 이야기에 자기 이야기를 넣지 않아도 되는 분야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우선 직업적으로 글을 쓰되 감성이 아닌 이성적으로 독자를 설득하거나 설명하는 글일 때 뿐입니다. 이 경우에도 넣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넣으면 좋다라고 보아야지요. 이문구의 <관촌수필>, 신경숙의 <외딴 방>,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한승원의 <해산 가는 길>의 공통점은 자전적 소설입니다. 소설가만 자전적 작품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빌 게이츠, 워렌 버핏, 정주영, 김우중과 같은 경영자들도 자기의 경험을 녹인 경영서를 내었습니다. 저도 지금까지 여러 권의 책을 냈는 데 전부 다 저의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어떤 창작품을 만들어 내든, 어떤 글을 쓰든 간에 그 속에는 작자의 마음, 생각 그리고 경험이 담겨져 있습니다. 거대한 기업의 경영도 제가 보기에는 경영자가 어떤 철학과 지식을 갖고 있는 가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물론 그 조직 안에는 기획부서, 재무부서, 조사부서, 영업부서 등등이 있고, 그들의 업무에 따라서 끊임없이 많은 자료를 만들어 경영자에게 보고를 합니다. 그럼 같은 자료를 보는 경영자는 읽으면서 다 똑같이 생각할까요? 아니지요. 같은 자료를 읽어도 읽는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집니다.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그럴 수가 있어?’라는 말을 자주 듣지요. 하지만 그 행위를 한 사람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할 겁니다. 지구는 하나이지만 60억개의 세상이 있다는 말이 있지요. 그래서 독자들은 다른 사람은 어떻게 경험하고 살아왔는 지를 궁금해하지요. 제가 처음 무역&오퍼상 무작정 따라하기를 쓸 때였습니다. 책을 처음쓰는 거나 마찬가지였고, 더구나 편집자와 같이 일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첫 글을 쓸려니 막막하더군요. 그 때 편집자가 내가 해왔던 무역을 독자들에게 보여주듯이 편하게 쓰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나니 우선 마음이 편해집디다. 그리고 그 책의 주인공을 저로 설정했습니다. 책에서 예로 든 품목도 제가 하고 있는 발가락양말로 했고요.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제 이야기로 풀어갔습니다. 그 책 안에는 제가 잘한 것도 있고 못한 것도 있습니다. 그 책은 10년이 다된 지금도 여전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요.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어떤 주제로 책을 쓰든 간에 그냥 제 이야기로 합니다. 아마 단일 회사에 관한 이야기로 10여권에 가까운 책이 나온 것은 삼성.현대같은 대기업말고는 제가 운영하는 필맥스가 제일 많을 겁니다. 할 이야기도 많지만 내가 살아온 이야기와 내가 읽은 책들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가니 어려울 게 별로 없습니다. 실제로 출판사의 편집자들은 제 이야기를 넣는 것을 좋아합니다. 독자들에게 더 친근감이 간다고 하네요. 사람들이 저보고 대단하다고 합니다. 그렇게 많이 쓰고도 아직도 내 이야기로 글을 쓸 게 있냐고 물어봐요. 사람들이 지겨워하지 않냐고 물어봐요. 본인도 이제는 자기 이야기, 그 것도 특별나게 성공하기는커녕 사업하면서 말아먹은 이야기를 하기에 창피하지 않냐고 물어봐요. 제가 생각해도 신기하기는 해요. 그 정도 내 이야기를 썼으면 이제는 바닥이 보일만도 한데 안 그래요, 아직도 많아요. 게다가 살아가면서, 글쓰는 요령이 생기면서, 읽은 책이 늘어나면서 이야기거리가 점점 더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 않아요. 그래서 전 죽을 때까지 제 살아온 이야기로 책을 낼 수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남들이 지겨워하지 않나고요? 그렇지 않아요. 제 이야기가 지겹다는 사람은 못 보았어요. ‘CEO 경영의 서재를 훔치다는 두 개의 책을 비교하면서 하다보니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하였지만, 지겹다고 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같은 경험을 이야기하더라도 다른 이야기 속에 섞여있기 때문에 같은 이야기도 다른 내용이 되는거지요. 게다가 독자가 책마다 달라요. 딱 한 번의 예외가 있습니다. 한국경제가 발전하려면 해외 시장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 가라는 주제로 쓰고 있는 데, 그 책에서는 가급적 제 이야기를 줄일려고 하지요. 저는 쓰고 싶은 데 편집자가 가급적 학문적 분위기를 내었으면 하는 것 같아서요. 학문은 특정 사람이나 상황이 아닌 보편 타당한 진리를 찾아가는 내용이어야 하니 아무래도 개인적인 내용이 들어가면 신뢰성이 떨어지겠지요. 특정한 사람의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는 이론이라는 비평을 받을 수있으니까요. 저도 이해합니다. 그래서 그 책만 예외로 하고 쓰고 있습니다.
 
글을 쓸 때 피해야할 사항중 가장 자주 듣는 이야기중의 하나가 진부하다, 뻔하다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자기 이야기를 쓰면 주제로 쓰면 뻔하지 않을 수가 있는 거지요. 세상에는 똑같이 사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모두 다 다른 인생을 살아가지요. 그러니 내 인생의 이야기를 쓰면 뻔해질 수가 없어요. 세상에 없는 나만의 이야기를 쓰는 데 뻔하다니요? 그럴 리가 없지요. 그럼 누가 이런 말을 할 수도 있어요. ‘인생, 뭐 별거 있나, 그 게 그거지!’라고. 그 말도 맞는 말이에요. 그렇게 따지면 세상 별거 없습니다. 글쓰는 방법도 별 거없습니다. 그저 적당히 맞춤법과 문법에 틀리지 않게 적당히 열심히 쓰면 되는 거에요. 그런데 그 별거 없다는 인생과 별거 없다는 글쓰기가 합쳐지면 뻔하지 않은 이야기가 나올 수있읍니다. 가장 쉬운 예가 성공스토리에요. 성공 스토리는 누가 무슨 사업을 하다가 아주 싹 말아 먹었는 데 각고의 고생 끝에 다시 성공해서 이 사회의 모범이 되고 있다. 이거 아닙니까? 그런데 이 뻔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는 가에 따라서 무궁무진해지지요. 이때껏 이 스토리는 많았고, 앞으로도 계속 나올겁니다. 스티브잡스가 자기가 만들었던 애플에서 쫒겨나서 헤매다가 픽사라는 영화사를 인수하면서 재기에 성공한 이야기 책, GE를 경영하면서 온갖 고생을 다했다는 잭 웰치,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정주영 ..... 다 그런 이야기에요. 그래도 사람들은 그 이야기에 감동받고 있거든요. 최소한 그들로부터 뭔가를 배울려고 그 책을 읽거나요. 뻔하지 않은 내 인생을 가지고 뻔한 글밖에 쓰지 못하는 것은 내 인생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글쓰는 데 문제가 있는 겁니다. 글을 안 써봤으니 이야기가 안 만들어지는 문제가 있고, 안 써봤으니 뻔하게 쓸 수밖에 없는 거지요. 도둑질도 하다보면 실력이 늘어난다고 하잖아요. 인터넷에 올라있는 수많은 블로거들의 글들이 모두 화려하고 감탄할 만한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쓰는 겁니다. 자기 생각을 정리하기 위하여, 남과 소통하기 위하여. 자꾸 쓰는 게 뻔하지 않은 내 인생을 특별하게 쓸 수있고 그럼 사람들은 내 글을 좋아하게 됩니다. 그리고 글쓰는 것 자체가 또한 경험입니다. 들판으로 산으로 뛰어다닌 것만 경험이 아니라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온갖 상상과 잡생각도 경험의 일부입니다. 내 인생을 풍부하게 해주지요.
 
그럼 어떻게 내 경험을 쓰는 게 좋냐고 물으실 겠지요.
저는 내 이야기를 쓸 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을까 하는 걸 상상합니다. 내 이야기이지만 남들이 읽으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지요. 그렇게 하려니 그게 무슨 의미가, 어떤 재미가 있는 지를 돌아봅니다. ‘경험의 서사화라고 합니다. 경험을 이야기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거리두기’, ‘회상그리고 형상화시키는 거지요. ‘홍재화가 장사하다가 망했는 데, 다른 사람은 성공스토리로 책을 쓰는 데, 그 사람은 그 걸 극복하는 과정을 책으로 쓰더라라는 식이지요. 내 경험에, 내 인생에 내가 의미를 부여하면 그건 굉장한 의미가 생기는 것이고, 아무리 사소한 일상에도 남들이 손바닥을 칠만한 의미를 부여할 수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살아온 것만큼 잘아는 건 없잖아요. 편하게 내 이야기를 글로 쓰면 됩니다.
 
좋은 글은 글 쓴 사람의 느낌과 주장하는 바가 독자에게 잘 전달되는 글입니다. 그런 글은 거짓이 없고 과장되지 않아, 글쓴이의 지식과 경험이 간결하면서 기분좋게 받아들여지는 글입니다. 내 인생을 아주 조금만 뻥친다고 생각하면서 글쓰면 됩니다. 괜히 겸손해야지 하면서 자기 비하하는 글이 되는 것보다는 약간 과장하는 듯한 글이 오히려 더 좋습니다. 당당해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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