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면 좋은 이유
- 세상에 나를 알려줍니다
빈 수레가 덜컹거린다 -> 덜컹거리지도 못하면 버려진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한다 -> 요즘 세상에 가만있으면 꼴찌되어 도태된다
침묵은 금이다 -> 묵묵히 일만 하면 아무도 알아주지 못한다.
세상이 변하니 속담도 변합니다. 이전에는 조용히 점잖게 겸손하게 자기 일을 묵묵히 하는 게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뛰어나고 적극적인 사람이 많고, 세상은 급하게 변하면서 남들에게 친절한 관심을 보여줄 여유들이 없어졌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나서서 ‘나 잘났어요!’라고 떠들기도 어렵지요. 고연히 잘난 척 잘못했다가는 오히려 손가락질 당하기 십상이지요. 가장 좋은 방법이 남들이 나의 잘났음을 여기저기 알려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만드는 방법 중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책을 쓰는 겁니다. 지금 대우증권의 홍성국 사장이 그런 대표적 사례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우증권에 취직하여 리서치 부분에 들어가고 보니 날고 긴다는 대학의 해외 유학파들이 수두룩하였다고 합니다. 마침 회사에서 외국에 유학을 보내주는 제도가 있어서 그 것을 준비했지만 혜택을 받을 시점에 그 제도가 사라졌습니다. 유학파들과의 실력.학력 차이를 극복할 기회라고 기대했던 홍사장은 실망이 컸겠지요. 한동안 그들과 어떻게 경쟁할 까 고민했던 홍사장은 책을 읽기로 하였습니다. 수유리에서부터 여의도까지 새벽에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여서는 미국시장의 동향을 봐야하는 어려움과 부족한 시간 속에서도 독한 마음을 먹고 책을 읽었습니다. 그렇게 한 600권쯤 읽으니 자신의 실력에 대하여 자신감이 생기더랍니다. 그리고 책을 통하여 얻은 지식, 증권회사에서 시장 리서치를 하며 얻은 지식을 쌓이자 책을 쓰고 싶어져서 쓴 것이 ‘디플레이션 속으로’입니다. 이 책은 1997년 거세게 우리 사회를 휘몰아쳤던 IMF위기가 거뜬히 극복되고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주류를 이룰 때 새로운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이 책으로 그는 ‘증권업계의 미래학자’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지요. 실제로 미래학, 인구감소와 고령화라는 개념이 한국에서 매우 생소할 때 쓴 책이었습니다. 이 후 그는 대우증권의 깊이 있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리서치 맨으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였습니다. 이후로 대우증권에서 중요한 세미나는 그의 몫이 되었습니다. 많은 대우증권의 거래처에서 홍사장을 자기네 회사 영업담당으로 해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이후에도 여러 권의 미래전망과 한국 경제에 대한 대응이라는 주제로 책을 여러 권냈고, 최근에는 ‘세계가 일본된다’라는 베스트 셀러를 냈습니다. 과거에는 일본을 따르려고 노력했지만, 이제는 일본처럼 되면 안된다는 게 이 책의 주된 논점입니다. 책을 낸 이후로 언론사에서 증권가의 소문난 독서광이면서 미래학자라는 타이틀이 붙은 홍사장과 인터뷰하는 기사가 자주 내보냈습니다. 그리고 그는 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실속이 있다는 대우증권의 사장으로 승진하였습니다. 지금도 그의 사무실에는 책이 가득한 책장으로 둘러싸여 있지요. 만일 홍사장이 책을 많이 읽었으되 자기 이름으로 된 책을 내지 않았다면 세상이 그를 알아 주었을까요? 워낙에 뛰어난 사람이라 알아주는 사람이 많기는 했겠지만 대우증권의 사장으로까지 가기는 어려웠을 수도 있습니다. 그의 책 네 권이 스스로 돌아다니면서 ‘홍성국’이라는 이름 석자를 알렸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그의 가치를 인정하며 사장으로서의 그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장이 되었습니다. ‘증권계의 미래학자’라는 타이틀은 그만의 독보적인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물론 책을 쓴다고 온 세상이 다 나를 알아주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책이 다 모든 사람에게 알려지고 읽혀지는 것은 아닙니다. 출간된 책들의 99%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탄생을 알리지도 못하고 사라집니다. 하루에도 300여권이 새로 나온다니 그럴 만도 하지요. 그 중에서도 베스트 셀러가 되는 책은 더욱 드물어요. 그러나 베스트 셀러만이 책은 아니지요. 책은 여전히 책입니다. 그 책의 내용과 격조를 주변 사람들이 인정하여 주기만 하면 책을 낸 보람은 충분히 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내 업계에서, 내 주변에 나는 전문가가 되고, 남들이 나를 알아 주게 된다. 책을 내면 국립도서관에 ISBN코드로 등록이 됩니다. ISBN은 전세계에서 간행되는 각종의 단행본 도서에 고유번호를 주어 개별화시킴으로써 문헌정보와 서지유통의 효율화를 기하는 제도입니다. 이 코드가 등록됨으로써 내가 역사에 이름을 낸다는 것 또한 사실이 됩니다. 그리고 책은 네이버, 다음, 구글등 모든 주요 서점과 검색 포털에 등록이 됩니다. 따라서 내 이름만 치면 내 책과 나에 대한 사항을 세상 사람들이 손쉽게 찾아볼 수있게 되지요. 프라이버시 때문에 자기 이름이 알려지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에게야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업을 하는 사람, 남과 협업해서 뭔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성과물이 됩니다. 왜? 남들이 자기가 필요할 때 나를 찾아낼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을 만들어 냈으니까요. ‘검색되지 않는 자 존재하지 않는다 (구글노믹스)’다는 세상에서 책을 낸다는 것은 내가 세상에 존재함을 확실히 선언하는 것이고, 사업성을 높이는 길입니다. 그 것도 책을 낸 전문가라는 빛과 함께. 대우증권의 사장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온라인에서 그의 이름을 치면 대우증권의 사장으로서가 아닌 저자로서의 글들이 더 많이 올라옵니다. 여전히 그의 책들은 그의 이름을 날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편한 게 있습니다. 굳이 자기 이름에 대하여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요. 누군가가 책을 쓴 이에게 ‘당신은 누구신가요?’라고 물을 때 ‘네이버에 내 이름을 쳐보시면 됩니다’라고 간단히 말하면 되지요. 굳이 따로 검증의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지요. 이처럼 책을 내면 나는 가만히 있어도 남들이, 내 책이 세상에 소리칩니다. ‘홍재화가 무역에 대한 책을 냈어요! 그는 무역에 대한 전문가에요!’라고. 그럼 사람들은 ‘오~ 그래~ 정말 그렇군!’하며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그 분야에 대한 업무 능력에 대하여 신뢰를 해줍니다. 이렇게 좋은 책을 왜 사람들은 안 내는 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분은 자기 생각이 너무 독특하여 아직 이 세상에 사례가 없다고 할 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아마 글로서 표현할 말도 별로 많지 않겠지요. 그럼 우선 자신의 유식하지 못함을 탓해야 합니다. 어휘력의 부족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니면 문장력의 부족이고요. 말 잘하고, 글 잘하는 사람들 보면 남들이 애매하게 생각하는 것을 한 마디로 똑부러지게 하잖아요. 더 공부해야 합니다. 그래도 정 자신의 독특한 생각을 표현할 길이 없다고 확신한다면, 책방에 가서 책 제목들을 둘러보기 바랍니다. ‘과학의 종말, 평행우주, 연애의 불가능성에 대하여, 세계는 평평하다’...... 어느 책 한권도 평범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다 나름대로 독특한 생각들을 풀어낸 책들이 보통 200페이지는 넘습니다. 나의 경우는 보통 책 한권 쓰는 데 1년이 걸립니다. 처음 쓸 때는 2년 잡을 생각하고 시작세요. 2년의 각고 끝에 원고를 완성했습니다. 그럼 출판을 해야한다? 누가? 출판사가? 내가? 내가 쓴 책의 대부분은 20번이상의 출판사의 거절을 받고서야 겨우 독자들과 만났습니다. 내가 좋아서 쓰고, 독자를 위해서 수정하고. 그 것은 또 다른 긴 여정의 시작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되는 과정 자체가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훌륭한 경험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그야말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이지요.
자, 그럼 이제 책을 낸 사람들에 대한 속담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빈 수레가 덜컹거린다 -> 꽉찬 수레는 움직이는 소리도 듣기 좋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한다 -> 노느니 책이라도 내라. 그럼 어느 새 앞서있다.
침묵은 금이다 -> 말을 못하면 책이라도 써라. 그럼 네가 무슨 생각하는 지 알게 된다.
나도 코트라를 그만 둔지 이미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선배들은 ‘책을 낸 후배’로 기억해줍니다. 덕분에 평판도 그리 나쁘지는 않고 여전히 그들과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책은 나를 세상에 알리는 역할도 하지만, 세상이 나를 기억하게도 합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다음에 말씀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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