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출판사에서 내지요
출판사 사장하면서 자기 책을 내는 것도 시도해봤습니다.
그런데 책은 역시 내 원고를 검증해주고 편집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책쓰기와 별개로 책을 출간하기는 또 과정입니다.
전 원고를 쓰는 것보다 내 원고를 출간해줄 출판사를 찾는 것이 훨씬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요즘은 덜 하기는 하지만 ‘홍사장의 책읽기’를 낼 때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오죽하면 내가 직접 책을 내겠다고 출판사 등록까지 했을까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기존의 사업을 하면서 출판사를 또 차린다는 것은 감당이 되지 않더라고요. 게다가 내가 출판사를 내면 내 원고가 출간되어 제대로 된 책이라고 인정을 받을 수있을 지도 모르겠고요. 그래서 출판사는 곧 접었습니다. 유명한 저술가나 강연가 중에서도 직접 출판사를 운영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경영 성과가 그들의 이름만큼 뛰어난 사례가 없다는 것도 역시 출판사를 접은 이유 중의 하나이고요. 수 십군데의 출판사에서 퇴짜를 받는 우여곡절 끝에 ‘굳인포메이션’에서 출간을 결정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기분이 좋은 지 제가 책 표지의 저자 소개를 아래와 같이 시작하려고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바꾸었지만 말입니다.
오! 신이시여~
정녕 제가 이 책을 썼단 말입니까!
그래, 홍재화~
애썼다.
때는 바야흐로 북풍한설 몰아치던 크리스마스날 밤,
너를 충청도 예산에 내려놓고 후회를 많이 했다.
주어야 할 것들이 많았는 데,
나도 늙다보니 잊고서 아무 것도 챙기지 못했더구나.
험한 세상 헤쳐 갈 재주라고 눈꼽만큼도 없는 네가,
이렇게 책을 내다니~
......
이 책을 내고 꽤 많이 언론사 인터뷰를 하고, 텔레비전에도 나오고, 라디오에도 나오고 했습니다. 2008년에는 문화관광부와 출판협회의 우수 도서로 선정되어 출간시 겪었던 어려움을 잊게 해주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나온 책이 ‘CEO 경영의 서재를 훔치다’입니다. 두 개의 책을 비교하면서 제가 경영에 적용했던 바를 적은 책입니다. 이 책이야말로 제가 가장 힘들게 오래동안 썼던 책이고 기대감도 컸지요. 하지만 역시 출간해줄 출판사를 찾는 데 꽤나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적어도 30군데 이상의 퇴짜를 받았습니다. 이 때도 관심을 보였던 출판사에서 두 개의 책을 비교하는 만큼 저작권의 문제가 있을 수있다고 하면서 관련 서적 저자와 출판사의 동의를 받아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40권의 저자와 출판사를 모두 연락해서 동의를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그 과정이 짜증나고 불필요하다고 생각했지요. 물론 법적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는 기우였습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그렇게 하면서 인생의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여러 출판사를 직접 방문하는 기회를 가져 그들의 일하는 방식을 좀 더 깊이 아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 이후로는 비교적 수월했습니다. ‘어제를 바꿀 순 없어도 내일은 바꿀 수있다’는 처음에 의뢰했던 기획자의 사정으로 제가 직접 출판사를 찾으며 기획의도와 맞는 출판사를 찾는 데 무려 2년이나 걸렸습니다. 아직 한 권은 출판사를 찾지 못했지만 그건 그럴 만하게 썼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요령이 생겼다고나 할까요. 우선 출판사가 좋아할 만한 글을 쓰게 되고, 그 다음은 독자가 좋아할 만한 글을 쓰는 요령말입니다. 왜 출판사가 먼저냐고요? 출판사에서 출간할 만한 괜찮은 원고라는 판정을 내려야만 독자를 만날 수있습니다. 그러니 출판사의 검증을 통과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또 하나 어려운 것은 내 원고에 맞는 출판사를 찾는 게 쉽지 않아요. 아마도 편집자의 성향이겠지요. 나는 열심히 썼지만 엉뚱한 출판사에 보내봐야 받아들여질리 만무하지요. 그럼 출판사는 무엇을 기준으로 원고를 판단할까요? 1) 먼저가 자기 출판사의 이미지와 맞는 가입니다. 진보성향의 출판사가 어느 날 원고가 좋다고 보수 성향의 책을 낼 수는 없지요. 2) 좀 손해를 보더라도 문화 발전을 위하여 출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기가 괜찮고 출판사도 여유가 있을 때는 그런 호기도 부렸습니다. 요즘도 전혀 없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출판사가 어려워지면서 점점 보기 드문 사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3)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결정 기준은 책일 팔릴 만한 내용과 필력이 들어있는 지 여부입니다. 책을 한 권 내려면 출판사에서는 한 사람의 저자에게 1500만원 정도를 투자하는 사업입니다. 이거 순수한 직접비만 1500여만원입니다. 직원 월급이나 사무실 비용같은 간접비는 포함하지 않고요. 그러니 출판사로서는 한 권 한 권이 다 사업입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영화를 보면 연극이나 무용계에 데뷔를 하고 새로운 작품에 출연하려면 배우들은 매번 감독과 제작자들 앞에서 오디션을 보지요. 유명하고 많은 작품에 출연하였다고 하여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항상 새로 오디션을 봅니다. 저자의 세계도 그렇다고 보시면 됩니다. 전 저만 그런 줄 알았더니 다른 분들도 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책을 냅니다. 그래도 예술계의 오디션에 비하면 한결 쉽습니다. 직접 가서 온 몸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기왕에 쓴 원고를 이 출판사에 이메일로 보냈다가 거절당하면 다른 출판사로 이메일을 보내면 됩니다. 그래도 한 번에 딱 결정되면 좋겠지만 출판사와 편집자가 다 다르니 어쩔 수없습니다. 그런 과정이 싫으면 자비로 출판하는 것은 어떠냐고요? 굳이 책을 가져야 하는 입장이 아니라면 가급적 내 원고가 검증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실제로 자비 출판이 성공한 사례는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그건 원고의 질은 뛰어날 지언정 출판사의 관심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출판사에서는 자기 돈을 내지 않았으니 당연히 관심도가 다를 수밖에 없지요. 그리고 쓰는 사람이야 자기 원고에 대한 애착이 있겠지만 객관적으로는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배우들이 오디션에 떨어졌을 때 자기의 실력이 부족했는 지, 그 작품에서 역할 표현을 잘 못했는 지, 제작자나 감독의 성격을 잘 파악하지 못했는 지를 돌이켜보고 다음 작품을 기약합니다. 저자로서 책을 내는 것도 그런 과정을 거치지요.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면 대충 다음과 같은 답변이 옵니다.
안녕하세요. *** 출판사입니다.
보내주신 원고 잘 받아보았습니다.
훌륭한 책을 내신 저자분이 저희 출판사에 관심을 가져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희 출판사의 경우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직무 및 자기계발 서적들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작가님께서 보내주신 원고는 충분히 좋은 원고이지만, 저희가 출간하는 방향과 맞지 않습니다.
다음 기획에 좀 더 좋은 인연으로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훌륭한 책을 낸 저자’가 ‘충분히 좋은 원고’를 보냈지만 거절해야 하는 출판사의 입장은 얼마나 속이 쓰리겠습니까? 물론 이런 편지를 받는 사람의 입장도 속이 쓰리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매도 맞다보면 익숙해진다고 여러 권을 쓰다 보니 이메일 제목에 출판사 이름만 있어도 거절이겠거니 합니다. 그리고 뭐가 틀렸을까를 고민합니다. 하지만 내 탓은 안 합니다. 뛰어난 저자를 못 알아본 출판계의 안목 낮음과 한국 독자들에 비하여 너무나 뛰어난 나를 탓해봐야 뭐하나요. 그래도 급한 건 우선 책을 내는 거니까,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를 알아서 거기에 맞추거나, 나같이 훌륭한 저자의 충분히 좋은 원고를 알아볼 안목 높은 출판사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지요. 그 과정도 적지 않게 시간이 걸립니다. 물론 저보다 뛰어나고 더 훌륭한 원고를 쓰면서 적절한 출판사를 아시는 분들은 예외겠지요.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아예 출판사에서 먼저 가서 어떠 어떠한 책을 내달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인세도 먼저 주면서 말입니다. 그야말로 스타 저자이지요. 예술계의 스타처럼 말입니다. 혜성처럼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른 스타도 있고, 오랜 세월 인고를 거친 스타도 있습니다. 출판의 세계도 그렇습니다. 그러한 스타들의 이야기가 영화화되듯이 그러한 작가들의 이야기 또한 책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내가 좋아서 쓰고 독자를 위하여 수정하고.
그 것은 또 다른 긴 여정의 시작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쓰는 사람에게는 훌륭한 경험이 됩니다. 그야말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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