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16일 금요일

책읽은 걸 자랑하는 재미도 있읍니다

읽은 걸 자랑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 분은 뇌섹남입니다, 뇌섹녀입니다. 아닐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척이라도 하는 게 아닌  것보다 먹고 사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골빈남, 골빈녀보다는 뇌섹남, 뇌섹녀를 좋아하는 세상이니까요.

강의를 할 때 젊은 사람들에게 조금은 오만해지라고 합니다. 겸손이라는 것은 무언가를 어느 정도는 이룬 사람, 무언가를 어느 정도는 가진 사람이 하는 것이지 아직 이룬 게 없고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이 하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아는 걸 자랑해라. 내가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으며 그 것들을 알기 위하여 얼마나 노력했는 지를 남들에게 알리는 노력을 해라’라고 말합니다. 책 읽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읽었으면 읽었다고 하는 겁니다. 읽은 책이 좋았다, 별로면 별로였다고 남들에게 말하는 거에요. 요즘 가장 잘 팔리는 책도 읽고 마치 지식의 트렌드에 동참하려고 노력하는 걸 남에게 보여주세요. 조금은 과장해도 됩니다. 어차피 자랑이란 남들이 보기엔 과장이니까요. 남들 앞에서 책 이야기하는 걸 쑥스러워 하지 마세요. 나 잘난 것은 내가 말해야 압니다. 사람들이 학력 앞에서 기죽는 것도 상당히 괜찮은 자랑거리라는 걸 아니까 하는 겁니다. 책이 내면의 충실을 위한 수단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지요. 맞는 말이에요. 책을 많이 읽다보면 내면이 충실해지고 스스로 자랑하지 않아도 그 무게가 저절로 드러나는 때가 있을 겁니다. 그 때가 될 때까지 열심히 읽는 겁니다. 읽지 않으면 그런 정도까지 올라가지 못해요. 가만히 남들이 알아주고 내가 스스로 겸손해질 때까지 내면의 충실도만 따지다보면 지루하잖아요. 이 책 저 책 읽고 항상 손에는 책을 달고 다니면서 나 책 읽는 남자야, 나 책읽는 여자야 라고 팍팍 드러내며 다닙니다. 속물 같다고요. 세상에서 속물아닌 사람있나요? 책을 많이 읽은 퇴계 이황이 내면의 충실을 위하여 도서관에만 있었나요? 아닙니다. 사람에게는 다 남들에게 인정받고, 자기 생각을 세상에 펼쳐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자기의 지식과 능력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노래 잘하는 사람이 겸손하게 아무도 없는 노래방에서 노래하지 않아요. 슈퍼스타-K에 나가지요. 다른 건 몰라도 책 자랑은 얼마든지 해도 되요. 노래자랑에서 노래를 못하면 창피하지요. 왜냐하면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하니까 노래자랑 나갔는 데 잘못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시도했다는 평가는 받지요. 책 자랑에는 그런 부담도 없습니다. 어차피 뭔가를 배우고, 뭔가가 부족하니까 그걸 채우려고 읽는다는 걸 세상 사람들 모두가 알거든요. 다른 건 몰라도 사람들이 책읽는 자랑은 부러워하지 거부감을 갖지 않습니다. 조금만 뻔뻔하면 됩니다. 특히 회사 상사 앞에서 팍팍 하세요. 내가 회사를 위하여, 내 업무를 위하여 이렇게 많은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놓고 말하세요. 절대로 손해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귀염을 받을 겁니다. 장담합니다. 놀아도 책방에서, 자료실에서 노세요. 회사 자료실이라면 낮 시간에 가서 잠을 자도 상사들은 칭찬할 겁니다.
그럼 그 자랑을 어떻게 하냐고요? 우선 말로 해보세요.
일단 손에서 책을 떨어뜨리지 마세요. 뭐 항상 읽으라는 말은 아닙니다. 그냥 보여주는 거에요. 남들이 있든 없든 손에 책을 들고 있으세요. 사람은 겉으로 보는 걸 가지고 남을 판단할 수밖에 없어요. 남들이 나의 모습, 언제나 책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남들이 판단합니다. 아, 홍재화 손에는 책이 떨어지지 않아. 참 성실하고 괜찮은 사람이야. 지금은 본인이 성실하지도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있어요. 어쨌든 노력하고 있잖아요. 그렇게 책을 읽다보면 좋은 글귀를 많이 읽게 되고, 새로운 개념의 단어들이 많이 생겨요. 그럼 남들과 대화를 할 때 이런 단어들이 저절로 입에서 나옵니다. 수출하는 업체에서 해외 영업에 대한 기획회의를 할 때 TPP, RCEP, 스파게티 볼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은 당연하잖아요.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하기를 어색해하지만 많이 읽은 사람들은 그게 상식이라 그냥 단어가 나옵니다. 그럼 남들이 ‘무슨 말? 설명해줘?’ 할 겁니다. 그럼 ‘나도 잘 모르는 데 .....’하면서 아는 만큼만 설명하면 됩니다. 그리고 너무 짧게 설명하지 마세요. 내가 아는 것보다 조금 더 길게 설명하면 됩니다. 저는 말발이 약해서 아는 것도 잘 설명하지 못하고 한 마디로 끝내는 데 기이일게~ 하세요. 내가 아는 것보다 조금 길게, 너무 길지 않게, 듣는 사람들이 인상에 남을 정도로, 하지만 지루해하지 않을 정도로 길게 설명해보세요. 아주 짧은 것보다 차라리 너무 길게 하세요. 듣는 사람들이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집니다.

말로 하는 자랑이 넘치면 글로 자랑하고 싶어집니다
말로 책을 읽은 걸 자랑하다보면 어느 새 글을 쓰고 싶어집니다. 교과서에서 읽은 박목월의 나그네를 읽어보지요.

    술 익은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지훈(芝薰)

강(江)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리(三百里)
술 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청록집, 을유문화사, 1946>

캬~~ 이런 시를 읽으면 나도 저녁 노을을 등지고 손에는 술 병하나 들고 죽장에 삿갓쓰고 인생의 고독을 껴안고 세상을 떠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나요? 그러지는 못하더라도 저거 비스무리한 시라도 써보고 싶지 않나요? 이렇게 감성적이지 않더라도 일에 대하여 공부한 것을 정리해서 남겨놓고 싶어지게 됩니다. 잊혀질까봐 아까운 글들이 자꾸 머리에서 맴돌아요. 그리고 블로그나 메모장에 쓰게 되지요. 될수록이면 블로그에 쓰세요. 그래야 남들이 읽지요. 감성적이든, 업무적이든 읽은 것들에 대한 독후감, 느낌, 업무에 반영해야할 것들을 쓰고 싶어 손가락이 근질거리게 될 때가 옵니다. 그리고 그 걸 남들에게 알려주세요. 그럼 뭔 일이 생기냐하면 자꾸 나보고 글을 쓰라고 하고, 회사에서는 보고서를 쓰라고 합니다. 많이 써본 사람이 써야한다고 하면서 남들이 나에게 일을 미루는 거지요. 그러면서 그냥 주기 민망하니까 ‘홍재화씨가 책도 많이 읽고, 글도 많이 써봤으니까 잘 할거야!’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또 그런 사람 싫어하는 회사가 있던가요. 없습니다. 업무 능력 인정받고 일거리가 많이지면 몸이야 괴롭겠지요. 하지만 일거리가 없어서 인정받지 못해서 마음이 괴로운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책많이 읽고 말로, 글로 자랑질 팍팍하세요. 쑥스러워하지 마세요. 남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는 매슬로의 욕구 5단계중에서 4번째 존경의 욕구에 해당하는 상당히 고차원적인 욕구입니다. 저 재미로 저도 책읽고 글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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